손흥민 이강인의 다툼 사건,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아시안컵을 언제부터 이렇게 열심히 봤었나 싶을 정도로 밤을 지새워가며 진심을 다해 응원했던 것 같습니다.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가 있던 날은 아예 거의 잠을 못 자고 출근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마도 아시안컵 자체보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이토록 열광시켰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강한 대한민국이 느껴졌기 때문이라 감히 추측해 봅니다. 전 세계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선수들이 우리 국가대표에 있었습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화려한 명단을 내세워 도전하는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습이 너무 기대되고 멋있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저로서는 더욱 뿌듯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때의 우리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팀도 아니었고, 그러한 선수도 없었지만 체력과 정신력으로 이겨 낸 대한민국이라면 이번 아시안컵의 국가대표는 단순히 체력과 정신력만 강조하는 팀이 아닌, 기술과 스피드와 조직력을 갖춘 최고의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응원했고, 비록 요르단에게 패했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고 응원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 소위 핑퐁게이트라 불리는 이번 사건과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이 이뤄진 상황에서 보니 이보다 허무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최고라고 생각했던 2024년 국가대표팀에 없는 것이 바로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팀워크"였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영웅과 희망의 다툼 소위 "핑퐁 게이트"의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
영국의 더선을 통해 최초 알려진 국가대표축구팀의 다툼 사건은 처음에는 루머라고 생각되었지만 결국 축구협회가 인정하고, 선수들도 부인하지 않던 가운데 이강인 선수의 사과문 게시까지 올라오면서 사실상 Fact가 맞음이 전 국민에게 인지된 상황입니다. "핑퐁 게이트"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바로 사건의 시작점이 핑퐁 즉 탁구이기 때문입니다. 탁구를 치던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 젊은 선수들에게 손흥민은 여기가 전지훈련장이 아니기에 해당 모습의 후배들을 보며 한소리를 하게 되고, 늘 했던 탁구인데 왜 뭐라고 하냐는 이강인의 이의제기에 손흥민은 멱살을 잡았으며 이에 이강인이 주먹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손흥민 손가락은 탈골이 되고, 나머지 선배들까지 다툼에 휘말렸다는 것이 최초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되고 언론이 들끓으며 국민들 또한 이강인, 손흥민 그 외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해 비난을 이어가자 이강인 선수는 사과문을 내리고 변호사를 통해 주먹을 휘두른 것은 왜곡이 있다는 등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건의 본질은 탁구가 아닌 선수들의 팀워크
아마도 탁구는 단순 트리거에 불과할 뿐 오래된 갈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되고 실제 이러한 기사와 각종 근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대 간의 갈등, 해외파 국내파 간의 갈등 등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단순히 순간의 갈등만은 아니었음이 유력한 상황은 맞는 것 같습니다. 농구나 야구까지 포함하여 국가대표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 일부 일탈 행위를 하여 이슈가 된 적은 있지만 내부적으로 선수간의 갈등은 많지 않았는데 드문 케이스인 것은 맞습니다. 이 원인을 누구 하나의 탓을 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질된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의 리더십도 문제이고, 손흥민 포함 선배 선수들의 후배에 대한 리더십, 후배들의 선수의식 등 모두 올바르다고 할 순 없습니다. 문제의 지분은 골고루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비약하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못 사는 형제들은 우애가 좋지만 돈 많은 집안의 형제들은 다툼이 있다 하는 풍자를 보며 대한민국도 축구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미약할 때에는 팀워크가 좋았다가 오히려 좋아지니 이젠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팀워크가 나빠지는 게 수순인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럴 때 뭔가 목표점을 명확하게 설정하여 리딩할 수 있는 선배, 명확한 코칭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배가 시켜 줄 수 있는 감독이 없을까. 아쉬움은 있지만 저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지도자를 탐색하고 선임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국민들의 질타에 대한 진심은 "비 온 뒤 땅이 굳어지길"
또 한 가지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어린 선수들에 대해 현명한 코칭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이강인 선수의 사과문 내용이었습니다. 지금은 사과문도 내리고 변호사가 나서고 있는 걸 보면 주변에 제대로 된 코칭 없이 돈만 바라보고 있는 에이전시들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극히 주관적인 우려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사과문 내용의 중심이 어떻게 상식적으로 선배들 말을 잘 안 들어서가 될 수 있는지 저는 여러 번 다시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선배 말을 안 듣고 대들어서 이 사건이 발생되고 국민들이 질타하는것이 아님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선배들의 부당한 말은 당연히 거르고, 시대가 바뀐 만큼 후배도 선배에게 조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이강인선수가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 말을 안듣고 대들어서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정말 그냥 마지막 사건의 피상적 모습에만 집중하여 아무도 제대로 된 가이드를 못준 결과라고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 진심은 사랑받는 국가의 영웅들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사항들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사랑하는 선수들입니다. 누군가가 꼭 그들에게 다가가 진짜 현재의 문제가 무엇이며 해결해야 하는 본질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세대가 다르고 뛰는 무대가 다르며 각자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다르다 할지라도 목표가 같다면 다 통합니다.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큼 질타까지도 그냥 사랑으로 받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이고, 국민들도 지금의 격정적 마음을 직설적으로 돌리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갖고 기다리며 비 온 뒤 땅이 굳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월드컵 예선 때에도 응원하겠습니다. 멋진 팀으로 돌아와 주시길 바랍니다.